Fanding. Inc CEO : Sehyeon Eom Correo electrónico : support@fanding.kr Número de teléfono : 02-6956-7942 DIRECCIÓN : 3-5F, 36, Seolleung-Ro 92-Gil, Gangnam-Gu, Seúl, República de Corea Número de registro de venta por correo : 2022-서울강남-04814 Número de registro de negocios : 187-88-01148 Ver información comercial

© 2025 FANDING, Inc. All rights reserved

판냐타
판냐타
Admiración > Ficción web/webtoon
Seguidores 2
Publicaciones 1

이세계 착각 헌터 파는 사람

Publicación reciente

포장된 제품은 반품이 불가능합니다.

19 mar Vistas 49

강창호는 김기려와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의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강창호는, 언젠가 때가 되면 이 애인으로서는 빵점짜리 헌터와 헤어지겠다고 사귀는 첫날부터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백부터가 다친 사람 앞에서 '그러시다 크게 다치시면 곤란한데 혹시 그 전에 저와 긴밀한 관계를 맺을 생각은 없으신가요?'인 것부터 틀려먹었으니 누가 뭐라고 하겠나.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더니 던전이 끝난 뒤 하는 말이라는 게 '그 전부터 당신 몸이 마음에 들었는데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관계가 되고 싶어요.' 였으니 할 말 다 했다. 강창호는 어이가 없어서 원나잇이라도 하자고? 라고 물었고 김기려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뇨. 그건 소유권 주장이 어려워요. 저는 당신에게 사귀자고 말하는 겁니다." "아, 그러셔." "긍정적인 대답을 바라도 될까요?" "...뭐, 솔직히 이런 무드 없는 고백은 태어나서 정말 처음이지만... 의외로 거절할 마음은 안 드니 허락할게." "예, 뭐. 감사합니다?" "그래, 그쪽은 좀 감사할 필요가 있어." 이꼴이었으니 강창호가 첫날부터 헤어질 생각을 할 수 밖에. 근데 정작 사귀고 나니 이 헌터, 정말 애인으로는 빵점짜리였다. 연락도 잘 안 해. 데이트 좀 하자고 했더니 생각 없이 나와선 의견도 별로 없고. 나오는 의견이라곤 죄다 아쿠아리움, 바다, 어쩌다 도서관. 그 외에는 자신이 가자는 대로 물처럼 흘러가기만 하니 이게 데이트인지 아니면 사회성 없는 친구에게 바깥바람 쐬어주기인지 분간이 안 갔다. 게다가 마주할 때마다 무표정 무표정 무표정... 같이 걸어도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걸어가면 먼저 문을 잡아주거나 상대방을 기다리는 기색도 없어. 이거 영 못 써먹겠는데. 강창호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 뒤로 김기려를 조금씩 고쳐나갔다. 대단한 건 아니다. 애인이라 함은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위치. 김기려 역시도 그것을 받아들였으며 자신이 연애가 처음이라 굉장히 미숙함을 인정했기에 강창호가 애인으로서 가져달라 요구하는 행동과 태도를 적극적으로... 인가? 하여튼 나름대로 습득하려고 했다. 김기려는 몰랐지만, 이건 강창호 나름의 인간 구제였다. 명색의 애인인데 인간이나 친구, 동료로서면 모를까 애인으로서는 폐기급을 넘어서 지금 당장 폐차장에 버려서 압축시켜도 모자를 인간을 어디 내어놓을 정도로는 만들어두고 싶었다. 나중에 결혼도 하고 살면 저 꼴로는 절대 안 될 테니까. 그동안 친분이라기엔 웃기지만 어쨌든 보고 살다 보니 이것저것 주고받았던지라 계산해보니 빚이 좀 남았더라고. 그래서 강창호는 빚 변제도 할 겸 품을 많이 들였다. 잘 먹이고 잘 데리고 다니고 기본적인 거리감이나 데이트 장소를 고르는 요령, 애인을 대할 때의 태도 등을 가르쳐주고. 아주 가끔은 진짜 이런 걸 해야 한다고? 라는 생각이 뻔히 드러나는 얼굴로 보긴 했으나 연애 처음의 김기려가 아닌 건 또 어떻게 알겠나? 결국 김기려는 강창호가 요구하는 것을 대부분 맞췄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이제 남에게 내놔도 그럭저럭 먹힐만한 인간이 됐다는 뜻이다. 이제 헤어질 때가 됐지. 김기려의 나이가 이제 29살인데 그 즘이면 슬슬 결혼 전제의 교류를 할 때가 됐다. 게다가 이 놀이도 오래 했고. 주기마다 애인을 갈아치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저 무표정한 (물론 강창호의 교정으로 이제는 좀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게 되긴 했으나) 상판대기도 질릴 때가 됐다. 어차피 진작부터 우리 사이에 사랑 같은 건 없었으니 생각해보면 쓸데없이 오래 끈 쪽에 가깝다. 저쪽이 하도 고칠 점이 많아서... 이 정도면 무급 봉사에 가까웠으나 그래도 그 사이에 자신도 나름 즐긴 것이 있기에 강창호는 적당히 이것을 퉁쳐주기로 했다. 그래서 강창호는 김기려가 애인다운 행동을 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가서 밥을 먹자는 제안을 하는 것을 받아들이며 그가 해준 밥을 먹고, 가볍게 씻고 나온 뒤 언제나와 같이 밤을 보냈고 다음 날 아침 집을 나서기 전에 말했다. "이봐, 김기려 씨." "네? 왜 그러세요." 옷을 입고 있으니 다가온 그가 자연스럽게, 그러나 옷을 입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제 허리에 두 팔을 살짝 얹는다. 이미 옷을 다 입고 아티팩트 따위를 착용하던 중간이었다. 이것 역시도 강창호가 만들어두었던 것인데 언뜻 보면 정말이지. 쏟아지는 애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내가 잘 만들어두긴 했어. 전에는 무슨 강박이라도 있는 것처럼 붙다가, 저리 가라고 하면 뭔가 주변을 서성거리더니 이제는 언제 치대야 할지도 잘 알았다. 강창호는 흡족함을 느끼며 마저 반지를 끼우며 말했다. "헤어질까?" "...네?" "헤어지자고. 언제까지 이러고 살 거야. 그 쪽도 슬슬 결혼 준비 해야지. 너무 늦게 헤어지면 다른 사람 만나기 힘들어. 그 쪽에 관심 없더라도 평생 이럴 건 아니었잖아? 이제 대충 사람 꼴 만들었으니 나도 쉴 때 됐어." "잠시만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무슨 소리긴. 대충 말하면... 권태기 같은 거야. 원래 이럴 때 깨지는 커플 많거든." 나갈 준비를 다 한 강창호는 그대로 김기려의 손을 잡아 떼어낸다. 저항감 없는 손은 이내 허공에 떠 있고, 강창호는 미련 없이 문으로 걸어가며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남 만날 때도 딱 내가 가르쳐준 대로만 해. 이만 가볼 테니 잘 지내라고." 강창호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 밖으로 나선다. 올 때 타고 왔던 바이크에 시동을 걸고, 이내 집 쪽으로 흘끔 시선을 준다. 소리나 기척은 필요 없다. 렌즈를 꼈음에도 다른 이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밝은 빛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저 인간은 묘하게 나사가 빠져서, 어쩌면 다음 날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걸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면 마지막 정으로 전 애인과는 안 그런다는 추가 조언도 해줘야겠지. 강창호는 잡생각을 짧게 끝내고 그대로 그 집을 떠났다. 문득 이 집에서 제집으로 가는 길이 그 동안 참 익숙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또 뭐야. 눈을 뜨자마자 강창호는 혹시 자신이 EX 급 게이트에 빠졌나. 따위를 생각하다 말았다. 뭐긴 뭐겠어. 혀를 가볍게 쯧, 차자 손에 쥐어지는 게 있다. 강창호는 한숨을 삼키며 선글라스를 꼈다. 렌즈가 있다지만 가끔은 선글라스를 끼고 싶기도 한 터라 선글라스 역시도 수정을 거쳐 충분한 기능을 했다. 선글라스를 착용하니 아직 해가 뜨지 않은 듯 어두운 방 안에 무덤덤한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는 그가 보인다. 연락이나 할 줄 알았더니 그새 방에 기어들어 왔군. 그야 뭐 그도 제집 위치는 뻔히 아니 못 찾아올 것은 없지만 이러지 말라는 말은 했던 것 같은데. 헤어졌으니 예외인가? 김기려는 강창호가 선글라스를 낀 채 침묵하자 천천히 침대에 걸터앉으며 눈높이를 맞췄다. 이건 또 시킨 대로 하는 군. 음.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자 천천히 입을 여는 것은 금발 쪽이다. "미안해요. 역시 궁금증이 들어서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도 최대한 자제했는데 느껴졌어요?" "그냥 깬 거야. 잠을... 좀 얕게 든 것 같네. 그래서, 궁금한 건 뭔데?"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해요?" "...이것 참... 헤어질 이유? 그걸 모르겠다고 지금... 새벽 세 시에 남의 집에 쳐들어온 거야? 주거침입죄에 더불어 정신적 피해 보상도 받아내고 싶을 정도인 걸." "그렇잖아요. 연애 초기에 제가 애인으로 좋지 않은 상대였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애인으로서 당신의 조언 및 권유, 요구는 최대한 맞추려고 했고 근래에는 제게 무언가를 바라는 일도 크게 없었잖아요. 제 변화에 충분히 만족하셨던 것 아닙니까? 분명히 당신도 제게 요구했던 반응을 자주 보여주셨고요." "만족했지. 만족하니까 헤어진 거잖아요, 응? 왜 모르는 것처럼 굴어. 애도 아니고." "모르겠다니까요. 제 변화가 마음에 안 드신 거예요?"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이봐요 김기려 씨. 애인 관계라는 건 말이야. 한 쪽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깨질 수 있는 관계야. 하물며, 둘 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데 대체 왜 계속 사귀어야 하는 건데?" "..." "거 봐. 웃기지도 않은 일은 이제 그만 두자고. 나는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 이제 답이 됐어?" 김기려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제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제게 기울였던 상체를 바로 하고 시선을 거둬 허공을 바라보았을 뿐. 강창호는 침대 베드에 기대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한숨을 쉬며 손을 휘휘 저었다. 명백한 축객령. 그런데도 김기려는 그것을 보지 못한 것처럼 가만히 있었고 강창호는 별수 없이 소리 내 축객령을 내뱉으려 했으나 김기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똑바로 쳐다보던 그는 아까보다 좀 더 가까이 몸을 바투 붙이더니 침대 위에 늘어져 있던 강창호의 손을 꾹 잡았다. 강창호는 그 손에 시선을 주다 다시금 저를 빤히 쳐다보는 이를 마주한다. 이 버릇도 잘 안다. 아주 중요하게, 강창호가 반드시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을 때 보이던 버릇이다. 그는 언제나 무표정이 기본이기에 쓸데없는 말들도 어쩐지 중요한 말을 하는 것 같은 효과가 있어 강창호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제대로 집중할 수 있도록 손을 잡으라고 했다. 강창호는 그의 의사표시를 무시해버릴까, 생각하다가도 결국 마주 꾹 잡아주며 가만히 기다린다. 그 기색을 알아챈 듯 김기려는 말했다. "사랑이라는 게 뭔데요?" "아, 거기서부터?" "왜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건데요." "지금 혹시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전 지금 진지해요." "하아..." 그냥 들어주기 싫은데. 쫓아내고 잠이나 마저 자고 싶다는 욕구가 피어오른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한 대 패고 싶기도 하고. 그러나 김기려는 여전히 손을 꾹 잡고 있었고 제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질문이나 제 딴엔 정말 진지하긴 한 모양이라, 강창호는 잡히지 않은 손으로 제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말한다. "이봐. 반대로 묻지." "제가 먼저..." "듣고 나서 답할 거야. 왜 못 헤어지겠다는 건데? 설마 지금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그래서 헤어지자는 말에 새벽에 달려와서 주거침입까지 했다고? 김기려, 당신이?" "..." "봐, 죽어도 사랑한다는 말은 안 나오잖아." "... ... ...사랑이 뭐냐니까요?" "방금 내가..." "저는 당신에게 호감과 애착을 가지고 있어요. 이걸론 안 되나요?" "어 안 돼. 그냥 친구나 하던지. 근데 난 전 애인이랑 친구 안 하는 주의야." "그럼 더더욱 안 헤어지고 싶어요." "왜? 고작해야 전으로 돌아가는 거잖아. 아, 그동안 받아먹은 게 달콤하셨나? 거래 정도는 받아줄 테니 부탁할 거 있으면 부르라고. 그럼 됐지?" "아뇨, 안 됐어요. 저는 전으로 돌아가기 싫어요." "왜?" 잘만 말하던 김기려가 그 순간 입을 꾹 다문다. 잘만 말하더니 여기서 입을 다무시겠다. 강창호는 그런 김기려를 가만히 기다려준다. 신기한 일도 아니었다. 김기려는 종종 좀 더 적확한 표현을 쓰기 위해 단어를 고르곤 했으므로. 보통 그러면 눈동자를 굴릴 법도 한데 그는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고 그런다는 점이 조금 문제였다. 다만 강창호는 그 점은 어쩐지 싫지 않아 뭐라고 하지 않았기에 그 버릇은 여전하다. 강창호는 그런 고민을 할 때의 김기려의 눈 속을 들여다본다. 동공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저 깊고도 어두운 눈. 어두운 데서 보니 더 못 봐줄 꼴이다. 이야기가 끝나면 이 버릇도 고치라고 해야겠어. 나야 괜찮았지만, 다른 사람에겐 절대 추천해줄 몰골이 아니니까. "당신과 계속 연락하고 싶어요." "해. 내가 뭐, 끊는데? 애인이나 친구 같은 거 하기 싫다고 했지." "하지만 전보다 답을 드문드문 주실 거 아니에요?" "그렇지. 뭘 바라?" "가끔 서로의 집에 찾아가는 것도 계속하고 싶어요." "그건 좀 곤란한데."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흠." "가끔 당신 허리를 끌어안고 바이크를 타던 것도 좋았어요." "..." "당신이 내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잠드는 것도 좋아요. 언제 찾아가든, 언제 만나든 당신이 왔냐고 말해주는 게 좋고요. 나를, 당신의 입맛대로 바꾸는 것도 좋아요. 그만큼 내가 요구하는 것도 당신은 대부분 수용하니까..." "김기려, 너..." "인정할게요. 당신은 내게, 다른 보통의 인간들보다 좀 특별해요. 그리고 내가 당신의 특별에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괜찮았고요. ...아니. 아니요.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그래서, 나는 이미 익숙해진 관계를 다시 바꾸고 싶지 않아요.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계속 사귑시다. 당신의 요구를 좀 더 수용적으로 받아들여 볼 테니까, 이 정도로는 안 될까요? 아니! 이걸로 만족해주셔야 해요. 그야, 날 이렇게 만든 게 당신이잖아요! 이렇게까지 바뀔 줄 알았으면 사귀자고 안 했을 건데, 이미 늦었으니까 이건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해요." 고저하나 없이 담담하면서도 적확한 발음, 또한 흡연자 특유의 탁성. 제 눈을 들여다보는 얼굴은 여전히 변화 하나 없는데 강창호는 그 속에서 무언가를 느낀다. 저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짜증? 분노? 책망? 그 와중에 자신에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황당함이다. 애인 사이의 변화를 남에게 책임지라는 경우가 어딨어. 내가 뭐 큰 흉터를 만든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좀 잘 대해줬더니 홀랑 넘어간 걸로 책임 지라는 놈은 처음 보네. 강창호는 새어 나오는 한숨을 숨길 생각 없이 크게 내쉬고, 이내 잡힌 손을 빼내 버린다. 그것에 김기려의 시선이 닿는다. 손을 움찔한 것은 다시 잡으려고? 그려나 김기려는 그러지 않았고. 이내 눈을 내리깔았을 뿐이다. 손을 움찔거리고 멍한 시선으로 아래를 봤다가, 이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생각해보니 책임지란 말은 과했던 거 같은데, 그래도 다시 한번 재고해보시면 안 될까요?" 어쭈, 이제는 한발 물러서기까지. 이쯤 되니 강창호는 실소가 나온다. 그래 그러니까, 원래 이렇게까지 할 생각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됐다고. 나와 함께 지낸 순간들이 참 마음에 들어서, 그걸 되돌리기가 싫다고... 그래서, 다시 고개를 들어선 처진 눈썹과 평소보다 더 내려간 입꼬리를 제게 보인다고? 그래봤자 죽은 눈이라 딱히 가산점이 될 일은 하나도 없는 주제에 강창호는 어쩐지 이 상황이 나쁘지 않게 여겨졌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강창호는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김기려를 본다. 처음에는 몇 번 이것저것 요구했더니 대번에 왜 그래야 하냐며 짜증을 내고 생각해보겠다던 녀석이 이제는 제 요구를 좀 더 수용적으로 받아들이겠다 한다. 하지만 강창호는 그 말이 좀 웃긴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애초에 너는 이제 제가 원하는 걸 대부분 받아들였고 나머지는 너의 특색이려니 하며 제가 놔둔 거라 고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네 제안은 이미 시작부터 틀려먹었다. 너는 내게 줄 것이 없기 때문에, 너는 더 이상 내게 매력적인 거래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래. 제가 바꾸고 가꿔놓은 것. 오롯이 제 요구에 맞춰 제게 보기 좋도록 만들어 놓은 것. 이제는 제 마음을 어떻게든 얻어보려는 건지 필사적으로 불쌍한 표정까지 지어 보이는 것. 제 앞에 놓인 상품은 어떨까. 강창호는 이 순간, 어쩐지 다른 놈들에게 기껏 제가 꾸며놓은 것을 주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나 공을 들여놨는데 이걸 누가 좋다고 집어 가는 것도 그다지 좋지 않다. 원래야 언제든 떠날 것이라 생각해서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젠 이 녀석이 먼저 떠나기 싫다고 버티는데, 그가 했던 말마따나 제가 책임을 지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동안의 노력으로 녀석은 이제 나쁘지 않은 애인이다. 따지고 보면, 꽤 좋은 축에 속했다. 여전히 가끔가다 영 이해 못할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야 익숙해진 지금은 애교에 가깝다. 생각해보면 좀 덜 고쳐진 것 같기도 해. 나나 그런 거 보고 넘어가지 다른 놈들에겐 어떻겠나. 그래, 아직은 헤어질 때가 아닌 것 같군.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못할 것 없지." "..." "그래도 하나 짚어줄 게 있어, 김기려." "뭡니까?" "헤어지자고 한 거에 싫다고 한 건 너야. 그렇지?" "그렇죠." "그러니까 넌 이제 나한테 헤어지자고 말할 자격이 없어. 알겠어?" "그런 건가요." "맞아." "알겠어요." 강창호가 가볍게 팔을 벌린다. 김기려는 그제야 슬그머니 다가와 그 단단한 몸 위에 제 몸을 겹쳤다. 강창호의 입장에서 김기려 정도의 몸무게는 솔직히 잘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가벼운 것이라, 김기려는 종종 이런 식으로 곁에 붙어있곤 했다. 정확히는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강창호도 그걸 알기에, 평소보다 훨씬 솔직하게 말한 녀석을 칭찬할 셈으로 팔을 벌린 거고. 얼마나 당황한 건지 원래라면 보통 선택하지 않는 단어 선택을 실컷 선보인 녀석이 슬슬 웃기다. 그리고, 아마 조금 지나면 자신이 너무 매달렸다 싶어서 괜히 투덜거릴 것이 뻔했다. 그런 성격이니까. 뭐, 그것도 애교로 봐줄까. 강창호는 어쩐지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 정도는 가볍게 넘어가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꼴이 마음에 든 것도 있고. 손을 올려 푸석푸석한 금발을 쓰다듬는다. 검은 눈이 올라와 마주한다. 가까이만 붙으면 뭐에 홀린 것처럼 저를 빤히 쳐다보는 버릇 역시 굳이 고쳐놓지 않았던 것인데, 남에게 주려면 이 버릇 역시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너무 나에게 맞춰져있으니까. 역시 좀 더 고쳐야겠어. 당장은 좀 놔두고, 나중에. 강창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김기려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김기려는 가만히 눈을 감고 그것을 받아들인다. 강창호는, 나 또한 네 특별에 들어간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말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으니까.

...Ver más

#기려창호#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