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ding. Inc CEO : Sehyeon Eom E-mail : support@fanding.kr Phone number : 02-6956-7942 Address : 3-5F & 7-8F, 36, Seolleung-ro 92-gil, Gangnam-gu, Seoul, Republic of Korea Mail-order-sales Registeration Number : 2022-서울강남-04814 Business Registeration Number : 187-88-01148 See Biz Info

© 2025 FANDING, Inc. All rights reserved

[독백지문] 스물 일곱살

Mar 22 Views 21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있다. 바람은 잔잔하고,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핸드폰 달력 속 숫자는 어느새 익숙한 ‘27’이란 나이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스물한 살의 반짝임은 어느덧 흐려져 있다. 천천히, 깊이 숨을 들이쉰다.)


스물일곱

스무 살을 지나 이십대의 끝이 손에 닿을 듯 다가온 지금

나는 문득 나의 청춘이 조용히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예전엔

‘아직 어려’

‘괜찮아’

‘시간 많잖아’

라는 말들이 나를 감싸던 방패 같았는데


이젠 그 말들이 하나 둘씩 멀어지고 있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더 많은 가능성을 입고 나타나고

나보다 이른 성공을 말하는 사람들이 주변을 가득 채운다.


나는 그 사이에서 애써 중심을 잡고 있지만

사실은 자주 흔들린다. 아무도 모르게

예전엔 꿈이 찬란했다.


아무렇게나 뱉은 말도 미래로 가는 길 같았고

밤새 떠들던 상상이 언젠간 현실이 될 거라 믿었다.

근데 지금은 그 믿음이 흔들린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주변은 변했고, 세상은 더 빨라졌다.

나도 잘하고 싶은데 나도 보란 듯이 살고 싶은데

왜 이렇게 숨이 차고, 왜 이렇게 한 걸음이 무거울까.


누가 그러더라.

“스물일곱은 아직 청춘이야.”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이제 그 청춘이 조금씩 끝을 향해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돌아갈 수 없는 계절처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계절처럼

이 시간이 흘러간다는 게 괜히 서럽고, 괜히 겁이 난다.


어릴 때 그리던 ‘멋진 어른’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단단해 보였는데

나는 아직도 불안하고, 흔들리고, 가끔은 그냥 멈춰 있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일어난다.

어딘가로 가고, 무언가를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괜찮니?”

사실, 아직은 모르겠다. 근데 이 말만은 해주고 싶다.

청춘이 저물어 간다 해도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닐 테니까.


그 안에 남은 불씨 하나, 나는 놓지 않을 거야.

아직은, 나의 계절이다. 끝이 아니라 변화의 이름으로 찾아온 또 다른 시작

스물일곱, 나는 지금 내 인생의 가장 조용한 터닝포인트에 서 있다.

이승호 대본 맛집

이승호 대본 맛집입니다

Comments

Leave commment...

Comments